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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B AUDISAY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라 바야데르> 공연 관람 후기!


5년 만에 올리는 대작인 데다 많은 발레 팬들이 기다려온 박슬기&김기완 페어로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라 바야데르>!

주역인 두 수석무용수가 등장하자마자 쏟아지던 박수갈채가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오직 몸으로만 보여주는 시각예술이지만 박슬기 리나가 전해주는 스토리텔링은 두꺼운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절절했어요. 1막에서 감자티 공주가 자신의 약혼자라며 보여주는 연인 솔로르의 초상화를 보고 충격받는 니키아, 2막에서 감자티와 솔로르를 위한 축무를 춰야 하는 무희의 서글픈 운명, 꽃바구니를 솔로르가 보낸 것이라 생각했던 그녀의 설렘과 환희,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을 선택하지 못한 솔로르를 향한 배신감, 3막에서 환영으로 나타난 니키아의 고결한 분위기가 공연이 끝나고도 내내 아른합니다. 손가락 끝부터 어깨까지 수백 개의 곡선이자, 단 하나의 곡선으로 연결되는 상체 사용이 정말 놀랍고 아름다웠습니다. 잔 근육으로 다져진 CG같은 복근은 무서울 정도!


솔로르를 맡은 김기완 리노는 어떤 작품에서 어떤 역으로 봐도 믿고 볼 수 있는 무용수지만 특히 이번 <라 바야데르>에서는 파트너가 가장 아름답고 돋보일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서포트하는 모습이 굉장히 노련하고 프로페셔널해 보였어요. 어렵게 티켓팅해서 이 페어를 보러 온 보람이 가득 느껴졌던 아름다운 파드되였습니다. 물론 솔로 바리에이션의 화려한 테크닉도 당연히 물개박수 나오게 만들었고요.

  

그리고 첫 공임에도 완벽에 가까웠던 코르드 단원들의 군무도 황홀했습니다. 1막에서부터 음악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군무에 희열이 느껴졌는데, <라 바야데르>의 정수라 할 수 있는 3막 쉐이드에서 칼각에 칼박으로 아라베스크 하는 장면은 아름답고 신비롭다 못해 천국 체험 온 것 같았습니다.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준 모든 무용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라 바야데르>는 작년 즈음 온라인 상영회로 한 번 접했었기에 이번에는 실제 현장에서 보고 싶었습니다.

티켓 예매의 실패로 뒤늦게 겨우겨우 예매한 티켓을 손에 쥐고 기다리는 순간이 얼마나 기대되었는지 아직도 예매한 좌석에 앉아 공연이 시작하기를 기다렸을 때의 두근거림이 기억납니다공연이 시작함을 알리는 종소리에는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어요!!  

저는 51일 2시와 7시 공연, 52일 2시 공연까지 총 세 공연을 연달아 다른 캐스팅으로 보았는데 무용수들마다의 니키아, 감자티 그리고 솔로르에 마그다비아까지 정말 각각의 매력을 뽐내시는 다채로움에 감탄했습니다!


저는 2막에서 니키아가 해독제를 버리고 죽음을 선택한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배신감과 처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막에서 부채춤과 앵무새춤을 추신 발레리나님들의 우아하신 몸짓에 눈을 뗄 수가 없었고, 강렬한 북춤 또한 기억에 남네요. 3막 쉐이드의 군무는 정말 <라 바야데르>의 하이라이트라고 칭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고요~!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웅장한 느낌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COVID-19의 전례 없던 펜데믹 상황으로 공연 관계자분들, 무용수분들 또한 공연을 올리기가 쉽지 않으셨을텐데 덕분에 너무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무척이나 좋아하는 쉐이드 무용수님들의 커튼콜을 그려보았습니다. 부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스토리와 음악의 통속성이 <라 바야데르>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인물들의 행동은 날것 그대로고, 모두가 원치 않는 결말에 다다를 때까지 극렬한 대립을 계속하는 드라마가 흥미로웠어요.

 

감정을 가장 절제해야 할 신분이면서 오히려 사랑과 질투의 감정을 제일 솔직하게 드러내는 브라만과 니키아절대 권력이자 최고의 미인 감자티의 순수함은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또 쓰러진 니키아를 안아보지도, 철저하게 외면하지도 못하다 괴로움에 뛰어나가는 솔로르의 뒷모습은 그의 수동적인 면모와 그로 인한 파국을 잘 표현한 것 같아요.

 

1, 2막에서 쌓인 극적 전개는 3막 '발레블랑'의 감동을 배가시켜주었습니다한 몸처럼 움직이는 쉐이드의 조화와 균형미에 소리 없는 탄성이 나왔고고요 속에 긴장감 가득했던 스카프 씬과 몰아치는 '코다'까지.. 사랑과 분노와 절망과 회한이 모두 사라진 채 예술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전막을 이끄는 동안 연결된 감정과 배려로 서로를 더욱 돋보이게 한 슬기기완페어는 마음속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대작인 <라 바야데르>에는 수많은 배역이 등장하죠. 여러가지 크고 작은 역을 소화하기 위해 고독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을 단원들의 헌신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동작 하나, 표정 하나하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귀하고 소중했어요아름다운 음악으로 극의 표현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 오케스트라의 연주에도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라 바야데르>에서 인도의 화려하고 이국적인 무대배경과 무대의상들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이러한 신비로움은 2막 감자티와 솔로르의 약혼식에서 웅장함 그 자체인 황금신상과 활기 넘치는 북춤에서 절정에 달했어요. 3막 망령의 왕국 군무 '쉐이드'32명의 무용수들이 어두운 경사면에서 아라베스크를 하며 내려오는 발레 군무의 진수를 보여주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1막 니키아-감자티의 대치였습니다. 두 무용수 사이에 말로 하는 대화는 일절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표정, 제스처, 마임, 춤 동작으로 두 인물의 생각과 감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통 악역은 나쁘다고 성급하게 단정 짓기 쉬운데 공연을 보면서 감자티의 감정에 몰입하고 공감하면서 어느새 감자티를 이해하게 되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감자티가 솔로르의 니키아에 대한 사랑 맹세를 알게 된 후 느낀 좌절과 실망에서 니키아에 대한 질투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치열함으로 물 흐르듯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그 감정들 하나하나를 모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술은 사막같이 메마른 일상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단비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단비가 돼 준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정말 감동적이었고 공연이 끝난 지 2주 가까이 지난 지금도 감동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항상 진한 감동을 선사하는 국립발레단 정말 감사합니다!







<라 바야데르>를 어릴 때 처음 봤고 그 이후 10년간 니키아 캐릭터를 ‘처연함’의 상징으로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공연을 다시 본 뒤에는 니키아가 주체적인 캐릭터이며, 단순히 종교적 신념을 넘어 ‘양심’에 대한 믿음이 있는 주인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녀에게 솔로르는 양심의 증표같은 존재였는데, 그래서 2막 후반부 김기완 솔로르의 외면을 본 박슬기 니키아의 절망이 더 슬프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3막의 경우, 군무가 너무 아름다웠고 형식미가 극대화된 씬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릴 때는 3막이 주는 가치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니 솔로르와 그의 환상 속 니키아의 마음이 이해가 가서 슬펐던 것 같아요. 다음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한번 보고 싶습니다 :)